고양이가 '가축화가 덜 된 반려동물'이라고는 하지만, 인간의 곁에 고양이들이 있어온 시간 동안 고양이가 이 정도로 '대세'였던 때가 있나 싶습니다. 서점을 가도 유명한 작가들이 앞다퉈 고양이를 주제로 글을 쓰고, 길고양이를 찍은 사진집도 꽤나 잘 팔립니다. 낯선 사람을 만날 때도 "고양이 좋아하세요?" 한 마디면 얼어있던 분위기가 풀어질 정도이니, 이집트에서 고양이의 얼굴을 한 여신을 모실 때보다 그 위세가 높은 것 같아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만화에서 톰과 제리를 보고, 가필드를 보고, 일본 만화에서 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정작 우리 주변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지금만큼 많지 않았는데 말이예요.
반려동물로써 '산책이 필요 없다','외로움을 덜 탄다'는 장점이 강아지에 비해 부각되면서 이렇게 우리 곁을 차지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물론 그런 얘기들이 어느 정도는 사실이고, 어느 정도는 그저 편견에 불과하지만, 확실하게 1인 가구에게 그런 점들이 어필된 것 같아요. 실제로 설문조사에서 반려견이 있는 가구는 주택 형태나 가구원 수와 관계없이 비슷한 분포를 보였지만 반려묘는 1인 가구나 월세 가구에서 높은 비율로 나타나는 특징을 보였다고 합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묘도 늘어났다고 할 수 있겠죠.
다양한 이유로 고양이를 키우고 싶지만 고양이를 키울 수 없는 분들이 SNS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키우는 고양이를 좋아하고 챙겨주는 문화가 생기면서, 이런 분들을 '랜선집사'라고 하게 됐어요. 저도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는 랜선집사였으니, '예비집사'의 상당수가 '랜선집사'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랜선 집사만큼이나, 길고양이들의 끼니를 챙겨주는 '캣맘','캣대디'의 비율도 높아졌습니다. 길 가다 혹시나 마주칠 고양이를 위해 사료나 간식을 챙긴다는 분들도 주변에 꽤 있더라구요. 저도 가끔 그래본 적이 있고, 집사가 된 지금은 살고 있는 집 근처에서 창문 너머로 자주 놀러오는 고양이가 있어, 사료와 물을 챙겨주고 있어요. 실제로 이런 분들이 모인 커뮤니티도 꽤나 많이 늘어서, 좋은 사료를 함께 찾아서 할인 정보를 공유하거나, 아예 공동 구매로 구매하기도 하더라구요.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도 길을 가다보면 수많은 길고양이들을 마주치게 되실텐데요. 그 길고양이는 누군가가 키우다 '버린' 반려묘일 수도 있고, 누군가 '잃어버린' 반려묘일 수도 있고,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살아온 고양이일 수도 있어요. 가끔은 길을 가다 병아리 같이 삐약삐약 하는 소리를 듣고 다가가 아기 길고양이를 마주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아기 길고양이를 마주친 여러분은 어떻게 행동하셨나요? 혹은 앞으로 하실건가요? 세게 만지면 부러질 것 같은 그 작은 고양이들에게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었나요? 혹은 이렇게 마주친 것도 운명이라며 얼른 안고 집으로(혹은 병원으로) 뛰어가셨나요? 급하게 근처 동물병원이나 보호소에 전화를 걸었나요? 마침 가지고 있거나, 얼른 편의점에 뛰어가서 사온 짜먹는 간식을 먹으라고 줬나요? 혹은 들고 다니면서 먹고 있던 사람 음식을 줬나요? 이런 행동들이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잘못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만, 앞서 말한 이 행동들은 그 아이들을 상당한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좋은 의도로 하신 행동이겠지만요.
길에서 고양이를 만났을 때 여러분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이 뭐가 있을까요? 우선 길고양이에게 '웬만하면' 간식(특히 짜먹는 간식)을 주지 말아주세요. 츄르와 같은 짜먹는 간식들은 습식 사료와 비슷한 원료를 곱게 갈아, 변성 전분(타피오카, 쌀 전분 등)을 추가해 입에 달라붙는 찐득한 제형으로 만들어, 보통 사료에 첨가되는 천연 향미 등을 일반 사료보다 많이 넣은 간식입니다. 고양이에겐 정말 눈물 나게 맛있는 간식이죠. (실제로 유튜브에서 길고양이에게 츄르를 줬더니 눈물을 흘리면서 먹는 영상을 본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길고양이에게 환심을 사고 싶은 것이 아니라(실제 구조할 때 츄르를 쓰기도 하구요.), 야위고 배가 고파 보이는 고양이에게 끼니를 떼울 것을 주고 싶은 것이라면, 츄르보다는 사료가 가장 좋습니다. 까슬까슬한 고양이의 혀에 착 감기는 질감 때문에 인기가 있는 것이지만, 치아에도 그만큼 달라붙어 치석을 유발할 수 있고, 또 영양 균형(특히 칼슘:인 비율이)도 좋지 않기 때문에 건강을 해칠 수 있어요.
또 혼자 남겨진 아기 길고양이의 머리를 쓰담쓰담해줄 때도 알아둬야 할 상식이 있습니다. 어미 길고양이는 먹이를 찾기 위해 정말 많은 곳을 찾아 헤매는데, 이 때 새끼 고양이를 안전한(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두고 떠나는 경우가 많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멀리 갔다 오는 경우도 있어 길면 12시간은 새끼만 남겨두는 경우도 있어요. 물론 운이 나빠 교통 사고를 당하거나 사람들에게 해꼬지를 당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고 새끼 고양이를 덥썩 집어가 '구조'한답시고 병원이나 집으로 데려가면, 아닌게 아니라 정말 이런 식으로 '구조'된 고양이를 보호소에 두고 가버리면, 이미 다른 아픈 고양이들로 가득찬 보호소에서는 아기들을 하나하나 수유해줄 수가 없어 결국 죽게 됩니다. (절대 이러면 안돼요.) 또한 어미 고양이가 돌아와서 사라진 새끼를 찾다 사고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만지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사람의 냄새가 벤 고양이는 어미 고양이가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아서, 호기심 또는 측은지심에 새끼 고양이를 죽게 할 수도 있는 거예요. 새끼 고양이를 만났을 때는 그런 행위들을 반드시 자제해야 합니다.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을 때는 주변에 어미 고양이가 있는지 확인하고, 어미가 없을 경우 새끼 고양이를 건드리지 않고 최대 12시간 기다려본 후에, 새끼 고양이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후에 직접 수유 등 돌봄을 할 수 있는 상황인 경우 구조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 게 아니라면 그건 구조라고 불려서는 안될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정기적으로 길고양이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길고양이들에게 관심이 높아지면서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단체,모임들이 많아졌습니다. 요즘 많은 대학교 캠퍼스에서 캠퍼스 내의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모임이나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고, 이런 모임이나 동아리에서는 각 부서를 짜서 후원금을 모아 길고양이들을 치료하고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제공하는 일을 합니다. 또한, 페이스북이나 네이버 등에서 개인적으로 운영되는 길고양이 돌봄 커뮤니티들도 있는데 도움이 필요한 고양이를 발견했을 때 돌봄을 요청하고 검진 등의 케어를 위해서 기부금을 모아 수술을 하고, 최종적으로 분양 및 입양까지 도와주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시민단체와 자원봉사자가 모여 동물보호사업을 하기도 합니다. 그 예시가 바로 길고양이 공원 급식소인데, 공원을 청결하게 하면서 주변에 사는 길고양이도 보호하고 먹이를 제공해요. 시민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모니터링하면서 위생관리에 신경을 쓴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마주친 길 고양이도 이런 분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는 아이일 수도 있어요. 무작정 '구조'한 고양이를 아무나 데려가라는 식으로 이런 분들께 맡겨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절대 지양해야 할 행동입니다.
어쩌다 마주친 우연을 성급하게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고양이를 위험하게 하면 안됩니다. 침착하게 '내가 이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이 아이가 정말로 지금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일까?','혹시나 이 아이가 길에서 더 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주변에 이를 도와줄 사람이 있을까? 아님 나는 고양이를 돌볼 수 있는 상황이 되나?' 같이 생각을 충분하게 해 보시고, 당장 줄 수 있는 도움을 줘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비싸지 않은 사료를 지퍼 팩에 담아 다니다가 조금씩 급여해줘보고 잘 먹으면 물과 함께 주는 것도 좋고, 지역 커뮤니티를 찾아 돌봄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 보는 것도 좋아요. 혹시나 묘연이 닿아 길 고양이를 입양해야 할 상황이 되면, 고양이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셨음 좋겠습니다. 혹시나 발정 시기가 된 길 고양이가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면 서울시의 경우 120 다산콜센터 등에 연락해 TNR을 시켜주는 것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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